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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는 디자이너 Review/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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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이기적 유전자. 그 유명한 '만들어진 신'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할아부지의 책이다. 뭔가 낯익은 제목이라 읽어보자 하고 냅다 빌려서는 3일을 내리달려 읽었다. 꽤 방대한 분량에 걸쳐 참 여러 가지 잡다한 내용을 주절주절 설명하고 있지만 이 한없이 어리석은 중생은 이것만 알겠어유. 우리는 유전자에 의해 이용되는 생존 기계일 뿐이다. 모든 동물이 마찬가지다. 종의 이익이라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뭐 이런 내용을 설명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겠다. 재미있는 책이다. 원래 과학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던 터라 읽는 동안 용 많이 썼지만 그래도 끝장을 봤다. 사람이, 아니 유전자가, 이기적인 본성에 기초를 두고 먼 옛날 원시 수프서부터 바로 지금 현재까지 생존해 왔다는 것은 꽤 타당한 논리다. 그러나 뭐라고 해야 하나, 내가 ..
손톱 손톱 김종일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잘 알겠다. 글의 주제가 참 좋다. 그렇지만 곳곳에서 드러나는 오글오글 문체는 견딜 수 없엉....ㅋ 참.. 전반적으로 글이 좀 오글거리는데, 굉장히 내 눈을 사로잡은 씬이 있었다. 이 부분만 다른 작가가 썼나? 싶을 정도로 문체가 절제되어 있고 그러면서도 마치 그 장면이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마냥 생생하다. 이 부분을 블로그에 옮겨 쓰기 위해 연체료를 물어가면서까지 이 책을 집에 두었다. 그 정도로 흡입력이 뛰어났다. 그 여름을 기억한다. 사방에서 개털 그을리는 내가 진동하고, 논두렁에는 배가 터져 죽은 개구리들이 나뒹굴었다. 햇볕에 말라비틀어진 개구리 사체에 개미떼가 까맣게 달라붙어 살점을 물어뜯고 있었다. 그 날 오후 나는 논두렁을 따라 걸어서 기찻길옆..
화차 화차 미야베 미유키 보고 싶은 책을 검색해 보면 항상 대출 중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예약을 해 놓고는 거의 까먹을 때 쯤 되면, 도서관에서 대출해가라며 문자가 온다. 두 권을 예약해놨었는데 '눈 먼 자들의 도시'는 그냥 날려 버렸고 '화차' 문자가 왔을 때엔 우연히 중도에서 일하는 중이었어서 일이 끝나고 책을 받아갈 수 있었다. 추리소설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닥치는 대로 읽었었고, 어느 날에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집을 모조리 해치우기도 했다. 뭐랄까.. 그런데 화차가 추리소설인 줄 몰랐다!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는 꽤 유명해서 주변에서 정말 많이 추천을 받은 책인데.. '미야베 미유키'와 '화차'라는 발음이 입 안에서 몽글하게 굴려지면서 참 둘이 찰싹 붙어 버렸다. '미야베 미..
실전 UX 디자인 : 사용자의, 사용자에 의한, 사용자를 위한! 31가지 사용자 경험 시나리오로 배우는 실전 UX 디자인 로버트 후크만 주니어 방학 때 UI 관련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도서관에 있는 UI, UX 관련 책을 모조리 쓸었었는데 그 중에 하나. 다음 학기 수업에 '인터랙션 디자인'이 있는데 교수님이 참고 도서에 이 책을 올리셨다. 그래서 빌린 김에 뒹굴뒹굴하며 전부 다 읽었다. 친절한 저자가 31가지의 사용자 경험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정리하였다. 이제 꼬물꼬물 UX에 관심이 생기는 사람이 보면 참 좋을 만한 책이다. 친절하게도(!) 기초적인 것부터 설명해 가며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니까. 물흐르듯이 재미나게 읽은 책이다. 읽으며 인상깊었던 내용들을 정리하여 본다. 1. 레이아웃들을 정할 땐 일단 필요한 요소들을 전부 올려 놓고..
지나치게 낭만적인 : 을 통해 보는, 로맨스 소설에 대한 고찰. 지나치게 낭만적인 서진우 보고 싶은 책 목록은 이미 있다. 그르치만.... 북트럭에 올라앉은 책 중에서 충동적으로 읽을 놈을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화여니들이 뭔 책을 읽고 댕기나 훔쳐 보는 것도 설레고, 아무래도 누군가가 읽으려고 뽑아 놓은 책이 더 재밌겄지 뭐....... 라는 생각에 북트럭을 헤집고 다니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 돼 버렸다. 어쨌든, 이번엔 로맨스소설이다. 그냥 딱 봐도 제목부터 로맨스야로맨스나는로맨스소설인데?으흐흐흐흐흐흐흐.. 이런다. 왜 이 책을 보았냐 한다면, 요것이 북트럭에 새초롬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간만에 달달한 사랑이야기가 그리웠기도 했다. 추리니 스릴러니 하는 것들만 보면 언젠가는 물리기 마련이다. 또 나름 명색이 여대생인데 알콩달콩한 사랑놀이가 안 좋을..
낙하하는 저녁 : 마르고, 하얗고, 자유분방한 소녀. 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어쩌다 보니 일본 소설을 많이 읽게 되었는데 그것은 단지 내가 책을 고른 서가가 일본 소설 분류였을 뿌냐....엣헴. 이번에는 실연 이야기.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에게 눈돌아가서 8년 동안 사귄 여친을 찼다. 그런데 그 '다른 여자'는 여친 집에 와서 산다. 그 뿐만 아니라 종종 다른 남자와 자기도 한다. 그 여자가 뭔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자와 한번 엮인 남자는 죄다 눈이 돌아가서 이혼도 하고 가정도 버리고 정신나간 짓을 한다. 그러나 정작 그녀는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그것은 다케오도, 카즈야도 아니다. 가만히 보면, 하나코는 '참 완벽한 여자'다. 하얗고, 마르고, 소녀처럼 자유분방하다. 하나코는 목욕 후에 청량음료를 마시기도 하고 (음료를 컵에 따르는 과정..
반짝반짝 빛나는 : 피해자들의 이야기. ※ 글에 소설의 결말이 언급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리 가오리 굉장히 오랜만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딱히 보고 싶은 책은 없었지만 (보고 싶었을 책들은 죄다 예약서가에 비치되었을 것이었다.) 그래도 뭔가 봐야겠다는 생각에 일본 소설을 집어 들었다. 에쿠니 가오리는 아마 '냉정과 열정 사이' 중 rose 편을 썼다. 여자들은 blue 보다는 rose를 더 좋아한다던데 나는 사실 blue가 더 좋았다. rose가 여자의 복잡한 감정을 끄적였다면 blue는 남자의 심정 묘사와 더불어 과거와 현재의 상황 설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무작정 사랑이 어떻네, 가슴이 아리네 등의 말을 지껄이는 것은 딱 질색이라 blue가 더 맘에 들지 않았나 싶다. 반짝반짝 빛나는, 도 그렇다. 일단 책 속의 설정 자체가 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