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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는 디자이너 Review/책

지나치게 낭만적인 : 을 통해 보는, 로맨스 소설에 대한 고찰.

지나치게 낭만적인
서진우



보고 싶은 책 목록은 이미 있다.
그르치만.... 북트럭에 올라앉은 책 중에서 충동적으로 읽을 놈을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화여니들이 뭔 책을 읽고 댕기나 훔쳐 보는 것도 설레고, 아무래도 누군가가 읽으려고 뽑아 놓은 책이 더 재밌겄지 뭐....... 라는 생각에 북트럭을 헤집고 다니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 돼 버렸다.

어쨌든, 이번엔 로맨스소설이다.

그냥 딱 봐도 제목부터 로맨스야로맨스나는로맨스소설인데?으흐흐흐흐흐흐흐.. 이런다.
왜 이 책을 보았냐 한다면, 요것이 북트럭에 새초롬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간만에 달달한 사랑이야기가 그리웠기도 했다. 추리니 스릴러니 하는 것들만 보면 언젠가는 물리기 마련이다. 또 나름 명색이 여대생인데 알콩달콩한 사랑놀이가 안 좋을쏘냐.

읽은지 만 하루가 지났기 때문에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리고 다시 들추어 보긴 싫다..)

진짜 말도 안되게 잘난 여자가 좀 잘난 남자랑 밀당을 하는데,
또다른 엄청나게 잘난 놈이 튀어 나와 진짜 말도 안되게 잘난 여자를 꼬시는 이야기,로 정리할 수 있겠다.





말하면 입아픈 로맨스류의 세 가지 요소를 다시 한번 짚어 본다.

1. 주인공은 무조건 재벌. 재벌 아니더라도 돈많은 직업. 그 있잖아.. 사짜...
2. 재벌이거나 사짜 직업을 가진 주인공은 어쩜 그리 완벽함? 키 커, 잘생겨, 성격 좋아. 또는 예뻐, 몸매 좋아...... 아무튼 다 가졌음.
3. 거기에 빠질 수 없는 삼각관계.






1. 돈이 많아야 연애를 달콤하게 한다.


로맨스류에 돈많은 인간이 없던 적이 있던가?
소설 속의 주인공은 항상 부유하다. 꼭 우주 최고 재벌이 아니더라도, 주인공 중 한 명은 반드시 돈 쓰는 것에 제약이 없는 직업, 혹은 집안을 가지고 있다.

왜 그런고 하니, 
그래야 이야기 쓰기가 쉽거든.
경제적으로 넉넉해야 뭔가 뻑쩍지근한 이벤트를 치를 수 있고, 그것은 또 달콤달달한 로맨스의 근간이 된다.



2. 잘생기고 예뻐야 연애할 수 있니?


20살 이전에 생각하기를, 나는 영원히 모태솔로로 살 줄 알았다. 왜냐하면 연애하는 것들이 어찌나 하나같이 우러러 볼 미남미녀들인지. 비록 그 속에서는 집순이, 왕따, 찌질이로 나올지언정, 비주얼은 반드시 완벽하여 후에 꽃돌이, 엄친아, 존나세(응?) 로 지칭되는 남주들이 그녀를 공주로 만들어 주리니. 평범평범열매를 장기복용한 나 따위가 어찌 연애를 할쏘냐 흐극. 싶었으나 그래도 나름 연애는 합디다.




3. 시련...시련...


하여간 사람들은 뭔가 자극적인 요소가 없으면 만족을 못하는가 보다. 한 쌍의 커플이 달달한 씬을 두어 개 연출하고 나면 후에 반드시 주인공들과 비슷한 느낌의 또 한 명이 추가되어 엄청난 갈등의 장을 만들어 낸다. 앙대..나는얘도좋고쟤도좋은데..아,앙대!누굴선택해야할지모르겠어ㅠㅠ날좀도와줘요
놀고 있다. 아무튼 뭐 이런 시련을 극복해냈기에 더 아름다워 보이는 커플이 선보이는 포풍애정씬을 마지막으로 로맨스는 끝이 난다.............................

  
 

로맨스소설을 읽을 때마다 진절머리가 나는 이유는, 저 세 가지 패턴이 정말로 예외없이, 반드시 나타나기 때문이다. 늘 그렇다. 배경만 바뀔 뿐이다. 병원에서의 사랑 이야기, 광고회사에서의 사랑 이야기, 경찰서에서의 사랑 이야기, 조선 시대에서의 사랑 이야기... 말하자면 끝도 없다.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지 않은가? 쉬이 누가 재벌 2세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며, 대놓고 물 위에 드러나는 삼각관계에 휩싸이냔 말이다. 현실에서의 재벌 2세는 재벌 2세끼리 알아서 잘 꿍딱거리며 살림을 차릴 것이고, 삼각관계는 대개 각자의 눈치와 암묵적인 합의 아래 정리가 된다.

생각해 보면 여기서부터 뭔가 뒤틀렸나 보다. 현실과는 현저히 동떨어진 연애 이야기에 지레 겁먹고 로맨스류를 멀리해 온 것이 아마도 불신으로 발전한 것인가. 그러나 이렇게나 평범한 나 또한 그들 못지 않은 로맨스를 창조할 수 있는데. 혹은 그들보다 더욱 찬란한. 그 곳에는 갈등이 없고 오로지 사랑만이 있으리니.
왜 꼭 소설 속 연애 이야기가 저런 패턴을 따라가야 할까? 갈등이 있어야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너무 우려 먹어서 이제는 질렸다. 쓰기 쉽기 때문에? 그럼 글쓰는 게 어렵지 쉽나요...... 

내가 원하는 연애 소설은 그렇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갈등도 없고 방해꾼도 없는 커플이 알콩달콩 닭털을 날리는 소설. 보는 내내 큰 알사탕을 빨아 먹는 것처럼 엄청나게 달달한 사랑 이야기. 가끔 혼자 글 나부랭이를 끄적거리곤 하는데, 언젠가는 저런 이야기를 꼭 쓰고 말테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