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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는 디자이너 Review/영화

그래비티 : 가 선사하는 삶의 황홀경



Gravity, 2013. 10. 17.

알폰소 쿠아론




* 스포일러가 다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영화다.

되도 않는 스포, 그보다 더욱 되도 않았던 감상평에 낚이는 바람에 무조건 그래비티는 패스였다. 그러다가 CJ가 면접비로 준 상품권(....)을 그래비티 IMAX에 올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왜였을까. 필경 이 엄청난 영화를 IMAX로 보라는 계시였을 것이다. 아이맥스는 때를 놓치면 안되느니라.



그래비티의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산드라 블록이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 발버둥치는 내용'

그래, 이것이 전부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로 전부는 아니다.


위성의 잔해를 맞고 기지국과 교신이 끊어진 스톤 박사와 매튜가 주고 받는 대화를 통해, 스톤 박사는 과거 지구에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딸아이의 죽음 후 라디오를 켜고 목적지가 없는 드라이브를 계속하는 스톤 박사는 사실 지구와 우주 두 영역에서 삶의 의지를 잃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매튜와 헤어져 홀로 우주 정거장 안에 들어와 우주복을 벗고 태아의 형상으로 휴식을 취했던 그 순간부터 스톤 박사의 여정은 새로운 삶을 향한 끊임없는 투쟁의 과정인 것이다. 


중국의 우주선에서 연료가 다 떨어진 것을 알고 절망한 스톤 박사가 자신의 삶을 포기하려 했을 때 나타난 매튜의 환영은 그 과정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 준다. 스톤 박사가 삶에 대한 염원을 불태운 이유 중 하나가 매튜였으니까.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동안 무중력 속에서 허우적거렸던 스톤 박사가 처음으로 땅을 딛고 일어서는 마지막, 그 장면이 나는 왜 이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과거의 무기력했던 스톤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설계할 스톤의 앞 날이 눈에 보여서였을까.




하여튼간 나는 그래비티를 보면서 조지 클루니가 이렇게 잘 생겼는지 처음 알았다. 정말 너무 멋있고 ㅠㅠ.. 짱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