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생각하는 디자이너 Review/영화

웜 바디스 : 세상의 모든 좀비에게 질린 당신을 위해

 

 

 

 

웜 바디스.

2013.3.14

★★★☆ ( 7/10)

 

 

 

사실 이제 좀비는 너무나 흔한 소재다. 무차별적으로 인간의 살점을 갈망하는 좀비와 그에 맞서는 사람 간의 대결, 혹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 따지고 보면 장르는 좀비물이지만 실제 영화, 드라마 안에서의 좀비는 그닥 부각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카메라의 시선 또한 사람에게 초점을 더욱 맞추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웜 바디스'는 스토리의 시작부터가 다르다. 좀비가 사실은 생각이 정말 많은 존재라는 것을 생각이나 했을까. 좀비 R로 분한 니콜라스 홀트가 마음 속으로 자신의 생각을 주절주절 말하는 초반 장면은 좀비에 대한 무조건적인 두려움을 없애기엔 충분하다. 아니, 심지어 호감이 생기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렇게 신선하고 멋진 개념에도 불구하고 '웜 바디스'에는 피해갈 수 없는 헛점이 다수 존재한다. 첫 번째, 좀비 R이 줄리에게 첫 눈에 호감을 느끼고 좀비들의 기지인 공항으로 데려오는 흐름에서 설득력이 다소 부족하다. 아니,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때 줄리가 R의 손길을 어떻게 뿌리칠 수 있었겠냐만은 영화를 볼 당시엔 줄리가 맥없이 R의 손에 이끌려 가는 모습이 어색하기만 했다. 일반 사람의 반응이라면 창고를 나섰을 때 손을 뿌리치고 어디로든 달릴 수 있지 않았겠는가.

 

두 번째는 R이 사랑을 느끼고 마음의 심장이 뛰는 것을 표현할 때. 왜....굳이.... 어설픈 CG로.. 가슴에 뻘건 심장이 두근거리게 했을까 싶다. 정말 너무너무 어색하고 민망해서 좀비들의 심장이 뛰는 장면에서는 내가 다 도망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여러 헛점과 다소 뜬금없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러닝타임 내내 R과 줄리를 바라 보는 나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를 띄게 만든 것은 역시 로코(비록 좀비지만)물의 장점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바보같아 보일 정도로 줄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R은 너무나 매력적이기 때문에 기존의 좀비가 어땠는지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게 만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