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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는 디자이너 Review/영화

은교 : 김고은과 박해일의 미칠 듯한 케미스트리.

 

 

은교.

 

TV 광고에서 보고 한 눈에 반해 '아, 저건 꼭 보러 가야겠다.' 하고 맘먹은 영화가 건축학개론이랑, 그리고 은교였다. 건축학개론은 대학교 캠퍼스의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연애담이 참 궁금했는데 내가 기대했던 만큼 잘 뽑아냈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온 친구 말로는. 그러나 아직도 못 본 것이 함정 (-_-)

 

 

사실 은교도 그렇게 될 뻔한 영화였는데,

동생이 은교 시사회에 당첨되었다고 해서 개봉 전날 운좋게 볼 수 있었다. 다음 날 시험이고 뭐고 저건 당장 봐야 해!!!!!!!!!!! 라는 기분으로 무리를 감행해서 시사회에 참석했다.

 

 

TV 광고에서 보았던 은교의 첫인상은 굉장히 자극적이었다. 70대 노시인과 10대 여고생의 아슬아슬한 감정선과 육욕을 상당히 파격적인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약간 뜨악한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시인 역할의 배우는 누군지도 몰랐다. 가기 직전에 박해일이라고 해서 더욱 뜨악했다. 그리고 한 켠에는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늙은 남자와 어린 여자의 육체적 갈망이라니. 더러우면 어떡하지.

 

 

영화를 보고 나온 소감은, 일단 다소 실망스러웠다. 영화가 담은 소재와 컨셉이 정말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그 정도밖에 스토리를 표현하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 감독의 역량 여하에 달렸다고 보는데, 시사회가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가지면서, 솔직히 들었던 생각은 감독 자체가 '은교'를 다루기엔 너무 가벼웠고, 심지어 '은교'를 깊게 해체하지 못했다는 거였다. 이런 민감한 주제를 다룰 거였다면 감독은 좀 더 '은교'에 진지하게 접근해야 했다. 그러나 감독은 그러지 않았고, 사실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인터뷰에서 너무 여실히 드러나 정말로 실망했다. 그가 '은교'와 진심으로 감정교류했다면, 영화의 스토리 전반에 걸쳐 '헐'이라는 단어를 넣진 않았을 텐데.

또한 영화 전반부의 장면 전개가 개연성 없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 지나치게 심했다. 사실 전반부의 배우들이 나눈 감정 전개가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서지우는 왜 이적요의 식사를 만들어 주고 있는지, 은교는 왜 남의 집 의자에서 잠이 들었는지, 서지우는 왜 하필 모르는 여고생을 뭘 믿고 이적요의 집 청소를 맡겼는지. 장면장면들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한 장면의 호흡은 너무나 길었다. 이 영화에서 나름 포인트라고 짚었던 (것이라고 나 혼자 생각했던) 것이 아마 뭉툭한 연필은 슬프다? 맞나? 잘 기억도 안 난다, 일 텐데, 박해일의 노인 연기도 어색했을 뿐더러(이 부분만 그랬다.) 은교가 필통 속 연필 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잠기는 부분이 지나치게 길다고 느껴졌다. 한 프레임 차이로 지루함과 묘함이 갈리는 법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창조한 '은교'의 세계는 놀라울 만큼 아름다웠다. 은교를 연기한 배우 김고은은 내가 상상하는 10대의 순수한 욕망 그 자체의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화장기가 전혀 없는 푸릇한 여고생의 얼굴에서 그토록 진한 색이 뿜어나오다니. 영화를 보면서 순간순간 놀랄 정도였다. 은교가 이적요의 집을 청소할 때의 묘한 긴장감이 난 참 좋았다.

 

은교가 이적요의 가슴팍에 헤나를 그릴 때 이적요가 꿨던 꿈은 아름다웠다. 노인이 소녀에게 이성적, 육체적 욕망을 느꼈다는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는 그 사랑을 실제가 아닌 소설에 담았으니까. 그것도 진실된 애정을 담아서. 꿈 속의 이적요는 은교와 같은 싱싱한 젊음으로 그녀와 마주했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마음껏 은교의 육체를 탐한다. 늙음의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푸른 싱그러움으로 엉킨 육체가 눈물겨워 마음 속에 깊이 남았다.

 

이 영화의 절정은 모두가 알 듯이 은교와 서지우의 정사 장면이다. 그리고 그것을 목격하는 이적요다. 그들은 이적요의 서재에서 정사를 나눈다. 심지어 은교는 이적요를 재우고 그의 집에서 나왔다가 다시 되돌아 들어간다. 왜 그랬을까, 곰곰히 생각했다.

서지우는 이적요를 갈망했다. 그의 천재적 능력을 갈망하고, 10년 동안 그의 옆에서 헌신적으로 모든 것을 바쳤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적요가 자신을 진정한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는지 슬퍼했다. 그러던 중에 마법처럼 은교가 나타났다. 은교는 단 며칠 사이에 서지우의 이적요를 앗아갔다. 서지우는 자신이 그토록 오랜 기간 갈망한 이적요를 한 순간에 끌어당긴 은교를 질투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적요가 쓴 '은교'를 읽으면서 은교의 순수한 처녀성과 여성성에 이끌린 것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서지우는 그것을 깨뜨림으로서, 자신을 바라봐 주지 않는 스승 이적요에 대해 나름의 반발감을 표현했다, 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사의 장소도 이적요의 서재였겠지.

그렇다면 은교는 왜 서지우와 잤을까. 은교는 서지우가 훔쳐 자신의 이름을 달고 출판한 '은교'를 보았다. 소설 속에서 자신을 예쁘게 그려 주어서 고맙다고도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둘이 잡아먹을 듯이 싸우더니, 솔직히 미운 정도 들었다고 생각한다. (-_-) 그러던 차에 '은교'를 보았으니 서지우가 또 다른 눈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혹자는 은교의 정사 수위가 너무 세다고 불평하는데, 나는 사실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정사의 전희가 타 영화에서는 보지 못했던 자극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것이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정사는 이적요의 상상 속 은교를 파괴하는 장치다. 정사가 자극적이면 자극적일 수록, 그들의 쾌락이 적나라할 수록, 이적요의 은교 파괴는 더욱 잔인하고 철저하게 극대화된다. 그들의 정사 장면을 통해 우리가 받는 충격은 이적요가 받는 충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일반적인 섹스였다면 우리는 이적요가 극도의 분노에 휩싸여 서지우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은교와 서지우의 정사 장면을 본 이적요는 서지우의 차 바퀴를 펑크내고 자신의 차는 일부러 고장내어 서지우의 죽음을 의도한다. 그리고 우연찮게 그 사실을 알게 된 서지우는 분노에 휩싸여 위험운전을 하다 즉사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적요는 은교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그럼으로써 이적요는 은교에게 둘의 정사 장면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린 것이다. 그리고 이적요는 '은교'를 불태운다. 자신의 순수한 욕망이 다른 욕망으로 헐떡이는 것을 보았으니 이적요의 영원한 처녀는 파괴되었고, 그러니까 소설 은교도 더 이상 자신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적요의 미묘한 감정과 슬픔이 와닿아 감정이입이 되었다. 나는 아직 20대임에도 불구하고 70대 노인의 젊음에 대한 절실한 욕망이 느껴져 나까지 슬퍼질 정도였다. 이적요가 자신의 은교를 통해 상을 받은 서지우를 향해 말하는, '너희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받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나의 죄로 인해 받은 벌이 아니다.' 라는 말에서 은교를 향한 절실한 마음이 느껴서 참 아팠다.

 

 

은교를 본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해 주었으면 한다. 서지우와 이적요, 은교 사이를 팽팽하게 유지하는 삼각관계에 대한 고찰. 이적요의 은교에 대한 욕망.

 

 

노출 이런 거 제 발 말고...................... 하도 난리다 보니 은교 보는 남자들에 대해 편견 생기려고 해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페북에 은교 관람 인증샷 말고 소감을 써 줬으면 좋겠다 제에발

 

 

 

 

 

 

+) 아 맞다. 급생각난 게 있는데, 은교 영화가 좀 뻘하게 웃긴 게 있다. 청년 이적요가 은교를 잡으려고 엄청 환하게 (-_-) 웃으면서 뛰는 씬이 있는데 그게 또 호흡이 엄하게 길어서 참나 ㅜㅜㅜㅜㅜ 숨죽이고 낄낄대느라 죽는 줄 알았음. 그리고 이적요가 서지우랑 격하게 싸우는 장면도 ㅜㅜ 망할 ㅜㅜ 박해일이 눈 똥그랗게 뜨고 서지우한테 화내는데 그게 또 뻘하게 웃김 ㅡ.ㅡ;;; 분명 이 장면에서 웃음이 터져야 하는 건 아닌데 ㅜㅜㅜㅜㅜㅜ난 박해일 표정이 너무 웃겨서 그 장면 몰입이 안됐다. 나만 그런 건지.. 동생도 잔뜩 터져서.. 나만 그런 건 아닐 것 같은데.................................ㅋ..

 

 

 

 

 

 

 

 

김고은 박해일 케미가 느무 좋아서 화보 몇 장 올려야겠드아

요새 배우 간 케미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랑 케미 맞는 남자도 얼른 찾아야 할 텐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놔 ㅜㅜㅜㅜㅜㅜㅜ 박해일은 정말 배우다 연기 진짜 잘하는 배우.. 표정 연기 우뜩함.. 저 절절한 눈빛을 어찌할꼬뇨

 

 

 

 

 

 

청년 이적요와 은교 띠로리

 

 

 

 

 

아.. 노인 이적요는............솔직히 잘 모르겠.......ㄷ...

 

70대와 10대 케미는 아무래도 아직 힘든 듯ㅋㅋㅋㅋㅋ걍 손녀 우쭈쭈하는 할배로만 보였지.

 

 

 

 

 

 하 놔 ㅜㅜㅜㅜㅜㅜㅜ 박해일 김고은 케미 보소. 솔직히 김무열은 김고은과 케미가 좋진 않다. 근데 저 둘 ㅜㅜㅜㅜ좋다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