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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는 디자이너 Review/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 다만 사랑받고 싶었던 것 뿐이다.


2007.4.12
코미디, 뮤지컬

처음에 제목을 접했을 땐 '마츠코의 혐오스런 일생'으로 이해했는데 알고 보니 '혐오스럽게 생긴 마츠코의 일생'이었다. 영문 제목을 봐도 Memories of Matsuko다. '마츠코의 기억'은 영화 제목으로 임팩트가 없어서 영화 중 대사를 인용해서 '혐오스런 마츠코'라는 제목이 탄생했나 싶다. 어쨌건 처음 영화 제목을 들었을 때 상당한 뜨악한 기분에 기억에 오래 남았으니 성공한 셈이다.

장르가 코미디인데, 내가 추천받을 때는 보고 나면 기분이 찜찜해지는 영화라고 했다. 둘 다 맞는 얘기다. 엄청난 블랙 코미디니까. 영화 자체는 재밌다. 마츠코가 궁지에 몰리면 이상한 표정을 짓는 것도 우스꽝스럽고 마츠코의 특이한 이웃사촌도 간간한 재미를 준다. 중간중간에 뮤지컬 형식으로 마츠코가 노래를 부르는 것도 상당한 볼거리이다. 하지만 마츠코가 왜 얼굴을 일그러뜨리는지 알게 된다면.. 마냥 웃을 수는 없다. 

내가 처음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마츠코의 일생은 혐오스럽지 않다. 시시한 인생도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굴곡 짙고 사연 많은 인생이다. 중학교 교사였다가 호스티스도 했다가 사람도 죽이고. 평범하게 살 뻔 했지만 야쿠자의 아내로도 살아 보고. 인간으로서는 꽤나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렇다고 어릴 때부터 마츠코의 인생이 복잡하게 꼬인 건 아니다. 23살까지는 그럭저럭 무난한 인생이었다. 아버지가 원하는 대학에 가고 아버지가 원하는 직장을 얻었다. 그러나 자신이 근무하던 중학교 수학여행에서 일어난 도난 사건이 제대로 꼬여 학교를 강제로 그만두게 되서부터 마츠코의 인생은 뒤틀리기 시작했다.

작가지망생, 작가지망생의 라이벌 친구, 기둥서방, 이발사, 류. 마츠코가 일생 동안 사귄 남자들이다. 항상 마츠코는 그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돈 얻어 오라면 얻어 오고, 때리면 맞고, 언제나 항상 그들을 기다렸다. 감옥에 가서도 마츠코는 Love is life라고 소리 높이며 자신이 아닌 남자를 위해 기술을 배웠다. 하지만 돌아 오는 것은 배신이었다. 아무도 마츠코를 기다리지 않았다. 결국 남은 것은 없다. 배신의 순간마다 마츠코는 소리친다. 왜? 나 최선을 다했는데. 왜?

사람의 인생은 무엇을 받았느냐가 아닌 무엇을 해 주었는지로 결정된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심했다. 마츠코는 남자에게 다 퍼 주었으니 인생의 등급은 높게 결정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실제의 삶은 비참하고 처절했다. 마츠코는 분명 일생에 있어 최선을 다했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의 주체가 자신이 아닌 타인이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심지어 아버지의 경우도 그랬다. 마츠코는 다른 이에게 무언가를 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자신이라는 것을 마츠코는 몰랐다.   

사랑을 위해 사는 마츠코는 그것이 자신의 행복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끝은 행복하지 못했다.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사랑을 갈구했던 가련한 마츠코. 맞아도 좋다. 혼자가 아닐 수 있다면. 마츠코는 단지 행복하고 싶었을 뿐이다.  듣고 싶었던 おかえり는 천국에 가서야 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