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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우리 아부지의 감각.

11월 19일에 졸업전시를 하는 나ㅂ.

최종 컨펌까지 딱 한 달 남았기 때문에 응줄을 태우며

내 연휴도 활활 불태우고 졸전 작업 중에 있다.

 

우리 아버지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으셨다.

사실 외가, 친가를 탈탈 털어봐도 미술은커녕 예술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읎따.

중간에 나만 톡 튀어나와 디자인을 전공 중이다.

그래서 사실 나의 그 뿌리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궁금했었는데

 

밝혀짐.

우리 아부지였다.

 

 

아부지는 좀 놀랄 만큼 예쁜 거를 좋아한다.

3학년 때 메이데이 전시를 할 때

나는 우리 아부지가 어두컴컴한 복도에 홀로 서서 약 20여 분 간 상영되는 뮤직비디오 작품에 몰두하시는 광경을 잊을 수가 없다.

굉장히 재밌게 보셨다고 했다. 의외의 모습이었다.

 

우리 아부지 생기신 모냥은 그냥 소도둑 때려 잡게 생기셨는데..

오죽하면 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 친구분들이, 쟈는 아빠 닮았으면 인생 조질 뻔 했다고 하셨다.

그러나 나는 크면서 아버지를 닮아갔다.

 

..

 

그 때 아버지는 본인 마음에 드시는 작품을 콕 집으시며 감상평까지 들려 주셨다. 오우.

딸내미가 만든 작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안 하신 건 안 자랑.

 

 

 

여튼.

나는 다음 그림의 창문에 컬러링 중이었다.

 

 

 

 

배깔고 거실에 엎드려서 흐흐 역시 커텐은 붉은 색이야 흐흐 이러고 있는데.

아버지가 오셔서는 물끄러미 내 노트북 화면을 보신다.

이건 무어냐 저건 무어냐 이것저것 물으신다.

 

 

 

그러시더니 갑자기,

 

옳커니! 저 창문 밖에 할머니를 그려 넣어라!

 

어르신을 공경하는 작품을 만들어라!

 

그러면 너 이 녀석 졸전 1등이야 허헣허허ㅓㅓ

 

 

 

 

...

 

아아 그런 거였어요 아버지

 

어르신 공경 작품을 만들 걸 그랬어요

 

그러면 1등인데

 

 

 

 

 ^_^

 

내 졸업작품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언에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노트북을 껐다.

 

 

흐흫

 

 

 

어쩌징.

 

 

결말을..

 

 

 

^_^b 나는 아버지를 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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