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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호점은 정말 어나더 레벨.

캐나다에서 요식업을 한다는 게 정말 쉽지는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래도 남편이 요리사이기에, 내가 브랜딩 경험이 있는 서버였기에,

그래도 어찌저찌 첫 여름을 잘 보냈고, 첫 번 째 연말, 슬로우 시즌까지 잘 버텨내어 이제는 두 번 째 여름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 동안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찌저찌' 잘 넘겼고, 삼켜냈다.

 

하지만 가게를 하나 더 연다는 것은 정말로 정말로 어나더 레벨이었던 것이다.

Misato's Kitchen, 1607 Ellis St. Kelowna, BC.

 

Yuzu와는 달리 Misato는 원래 있던 가게를 인수한 것인데.. 사실 이 가게는 8년 전 내가 처음으로 켈로나에 랜딩했을 때부터 있었다.

그런데 지난 수년 간 다양한 오너를 거쳐가면서 한 번도 이름은 바뀌지 않았지만 불규칙한 영업 시간과 음식의 질로 인해 점차 고유의 명성을 잃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헐값(이라고 생각한 가격)에 Misato를 인수할 수 있었다. (막상 문을 열어 보니 이 가게는 우리가 지불한 가격의 절반도 못한 가치였다)

 

 

 

잔뜩 설레는 맘으로 두 달 간 내부 공사를 마치고 문을 열었는데, 그 날 손님이 아무도 안 왔다. 우리가 새로 문을 연 가게도 아니고 원래 장사하던 가게를 인수받은 것인데 단골 리스트라는 게 아예 없었다. 애초에 전주인이 매출 기록을 넘기는 걸 거절했기 때문에 장사가 오지게 안됐을 거라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라니.. 싶었다. 그리고 나서 2주 동안 정말 그 어떤 손님도 오지 않는 처참한 현실을 마주하고 나서야 머리를 망치로 후려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부랴부랴 주문배달 앱 회사들에 가입 신청을 하고 기기들이 배송되기를 기다려 온라인 오더 배달을 시작했다. 그런데 회사들 중 하나가 우리를 전주인과 헛갈려 마음대로 우리 로그인 계정과 전주인 은행 계좌를 연동시켜 버린 것이다. 그래서 소중한 매출 결산이 그 쪽 은행 계좌로 들어가 버렸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캐나다도 한 번 돈이 송금되면 다시 돌려 받기가 힘들다. 그런데 문제 해결 차 담당자와 통화 중에 담당자가 '너네 돈 못 받을 수도 있다'고 그러는 것이다. 내가 계좌를 잘 못 입력한 것도 아니고 잘 못 등록된 계좌를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우리 계정한테 준 것도 아니면서 (계정에 액세스 권한이 있는 사람이 여러 명이 있었는데 그 중 매출이 입금될 은행 계좌 변경 권한이 있는 사람은 전 주인 하나였다) 나한테 지금 우리가 피땀 흘려 번 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는 건가? 수수료는 있는 대로 떼 가면서? 갑자기 머리 끝까지 잔뜩 화가 났다.

"돈을 못 받는 것은 너네 사정이고 우리는 잘못이 없기 때문에 그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 너희가 전 주인에게 돈을 돌려받든 말든 그건 우리 알 바가 아니고 너네는 우리에게 다시 돈을 입금해 주어야 한다. 알아 들었어?"

 

전화기에 대고 강한 어조로 몇 번을 반복해서 말했다. 그랬더니 그 전과는 다른 태도가 되어 고분고분 알겠다고 하더니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된다. 일이 다 마무리된 후 남편과 '참 이런 일도 다 있네' 하며 허탈하게 웃었다. 어찌저찌 일이 수월하게 진행된다 싶으면 이렇게 하나씩 꼭 삑사리가 났다.

 

 

그런가 하면.. 질이 낮은 손님들이 우리에게 막말을 시전하기도 한다. 우리는 여느 스시집과는 다르게 문을 늦게 열고 늦게 닫는다. 보통 영업을 오후 5시에 시작하여 11시 30분까지 한다. 그러면 다른 가게들이 영업을 마무리하는 9시 30분 쯤 바빠지기 시작한다. 보통 늦은 밤 야식을 찾는 손님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만큼 술에 취한 손님들이 많다. 어느 날은 영업 종료 15분 전 전화벨이 울렸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다 보면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이것이 좋은 징조인지 아닌지 알아차릴 수 있는데 그 전화벨이 울리는 모양새는 어딘가 불길했다. 아니나 다를까, 본인이 주문배달을 시켰는데 자기가 요청한 마요네즈가 롤에서 안 빠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차 확인해본 결과, 오더 페이퍼에는 그런 요구사항은 없었다. 손님은 환불을 요구했고 나는 주문배달한 음식은 음식점에서 환불이 불가하며 주문배달 회사로 연락하라 안내했다. 그 때부터 돌변한 손님은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너가 넣은 마요네즈 때문에 배가 아프네, 당장 응급실을 가야 하네... 만약 우리가 정말로 신규 오픈한 음식점이었다면 잔뜩 당황했겠지만, 우리는 이미 Yuzu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경력직 오너라는 거. 눈도 하나 깜짝하지 않은 내가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미안하지만 우린 환불 관련 해줄 수 있는 게 없고 주문배달 회사에 직접 연락하면 그들이 처리해줄 거야." 그럼에도 늦은 밤 진상의 폭주는 멈추지 않았다. 지금 당장 가게로 내려 오겠다며 제대로 만든 음식을 준비해 놓으라는 것이다. 정말 그들이 왔냐고? 물론 아니다.

 

신경 써야 할 영업점이 하나가 더 늘었지만 해야 될 일은 세 배로 늘어난 느낌이다. 물론 세금 보고도 두 번 해야 하고, 매출 관리, 경비 처리도 두 번 해야 한다. 거기에 직원 근태 관리, 마케팅, 여름을 대비한 신 메뉴 준비에 이벤트 준비까지... 캐나다에서 요식업을 하며 나의 경험치가 다방면에서 쌓이는 기분이 든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중이지만 그래도 또 다른 것도 해 보려 한다. 유투버도 해 보고 인스타그래머도 해 보고 이것저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