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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워킹홀리데이/3. in Kelowna

캐나다 스타벅스 바리스타 인터뷰 후기



채용은 2016년에 됐건만 후기는 2017년에 쓰는 패기....! 2016년 10월에 하이어링 되고 나서 계속 적응하고 배우고.. 고생하느라 아마 나 스스로도 스타벅스 파트너라는 자신감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근무한 지 3개월 정도 됐는데 사실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만 출근하니까 아직도 POS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나........ㅋ 드라이브 쓰루 포지션도 두어 번 섰었는데 이에 대한 포스팅은 한국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당 웃흥






0. 지원 전 나의 상황.


임시 워크 퍼밋, 그러나 영주권이 곧 나오는 상황. 캐나다 2년 가까이 거주, 바리스타 경험 없음.






1. 왜 스타벅스였나?


캐나다 워홀 오기 전에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본 바론, 워홀러들의 꿈의 직장이 스타벅스란다. 사실 하는 업무야 여타 패스트푸드 체인과 딱히 다른 게 없다 하지만 브랜드 파워라든지 복지라든지 직원을 챙겨주는 기업의 마인드가 좋고 대외적 이미지가 워낙 좋아서 그런가 워홀러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했다(아직도 그런가?) 캐나다 물가가 상당히 올라서 예전만큼 스타벅스 잡의 인기가 좋진 않지만 (어쨌든 미니멈 웨이지부터 시작) 그래도 나름 선망의 직업인 듯.


나는 일단 지금 워홀러도 아니고 영주권 문제는 얼추 해결됐기 때문에(거의 영주권자) 인생 타임라인으로 보자면 캐나다에서의 커리어 패스를 설정해야 하는 때였다. 스시 레스토랑에서 서버로 일을 하면 생계 유지엔 사실 별 문제가 없지만, 애초에 내가 캐나다에 왔던 이유는 궁극적으로 캐내디언 사회에 녹아들고자 함이었기에 여기서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일단 일하는 환경 자체를 전부 캐내디언으로 바꾸고 싶었다. 한국 사람들과 일하면 나도 모르게 모국어에 자꾸 의지하게 되니까 아예 그런 기회를 차단하고 싶었음. 그래서 선택했던 게 스타벅스. 워낙 커피를 좋아하기도 했고.






2. 강력한 레퍼런스! 그러나.


사실 건너 건너 아는 오빠가 스타벅스 쉬프트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켈로나에 있다가 밴쿠버로 트랜스퍼 갔는데 우연하게도! 오빠가 켈로나에 놀러와서는 내가 스타벅스 일하고 싶다는 걸 알게 됐다. 켈로나 러틀랜드 크로싱에 신규 오픈한 매장에 지원해 보라며 매니저에게 이력서를 내 보란다. 이 오빠가 한국 사람 여럿을 잘 꽂아줬기에 아 나도 별 탈 없이 파트너 되나 싶었다. 그런데 매니저를 보러 두 번이나 매장을 찾아가도 볼 수가 없었다. 이력서 내고 내 번호를 전해줘도 묵묵부답.......... 그래서 나도 걍 포기해 버렸다.







3. 스타벅스 하이어링 페어.



 갑자기 내 친구가 페북 메시지를 보낸다:





아마도 내가 몇 주 전에 '나 스타벅스에서 일할 것 같아^^' 했는데 그 뒤로 아무 연락이 없으니 아마 안됐나 보다 싶어 요런 정보를 알려 준 것. 솔직히 기운이 다 빠져서 하이어링 페어고 뭐고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마음이 컸지만 그래도 친구가 보내 준 정성이 있으니.. 고맙다고 했다.



하이어링 페어 당일도 스시집에서 일을 했었는데 아슬아슬하게 일이 끝나서 페어가 열리는 샌드맨 호텔까지 걸어가야만 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포기할까 하지 말까 수십 번 고민했는데 그래도 나중에 친구한테 'At least, I tried.'라고 말할 건덕지는 있어야 해서.. 꾸역꾸역 갔다. 그 때의 나에게 치얼쓰......*







3. 하이어링 페어 인터뷰.



준비를 거의 안 해 갔다. 나름 스타벅스 골드 회원이고, 적어도 영어로 내 뜻하는 바를 pause 없이 설명할 수 있으니, 된 거 아닌가? 해서 그냥 바로 인터뷰 봄. 지금 생각하면 대체 뭔 깡인지... 어쨌든 채용은 됐는데, 그 이유가 대체 뭐였는지를 나름 짚어봤다:




1)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드링크의 종류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


인터뷰어가 '너 왜 스타벅스 지원하려고 하니?' 물어봤다. 예상했던 첫 질문이다. 스타벅스 파트너들은 항상 손님에게 친절하잖아. 웃으면서 대하고. 손님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리고 항상 매장 갈 때마다 파트너들의 활력 넘치는 모습을 보는데 그게 나에게도 좋더라. 그래서 나도 그 일원이 되고 싶었어. 그리고 스타벅스 음료도 좋아하고. 갠적으로 콜드 브루 짱임. 라고 말하는데 인터뷰어의 눈이 '콜드 브루'에서 반짝였다. 그리고 손님에게 밝게 대하는 모습이 좋다는 부분에서도. 나중에 인 스토어 트레이닝 받으면서 알게 된 건데, 스타벅스가 고객 만족, 고객 우선을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4시간 동안 그것만 배움.....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해 주라고.




2) 인터뷰어의 empathy를 이끌어 냈다


20분 정도 진행됐던 1차 인터뷰에서, 사실.. 아 대박 망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첫 질문은 분위기 좋게 넘어갔지만 그 이후, '너 버거킹에서 무슨 일 했어? 거기서 배운 게 뭐야?', '만약에 일터에서 동료들이 룰을 지키기 않는 걸 보았다면 넌 어떻게 할 거야? 실제로 그랬던 적 있어?' 연타로 이런 질문을 받았고 솔직히 이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버벅버벅 대고 당연히 영어도 처참하게 무너졌다. 심지어 인터뷰 중 인터뷰어의 눈이 다른 곳으로 돌아가는 걸 봤고 내가 하는 말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게.. 너무나 티가 났다. 그래, 내가 네이티브는 아니니까 길게 말하는 도중 문법 오류도 엄청 많았을 거고 악센트도 있으니까 나에게 흥미가 없는 건 당연하겠지. 하이어링 페어 특성상 다른 테이블에서 하는 말도 그대로 다 들려서 약간 시끌시끌한데 동양인은 정말로 나 혼자였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하고 담엔 더 잘하자...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랬었는데 다음 질문이 이거였다: '너 새로운 거 배운 거 있어? 그 경험을 통해서 배운 게 뭐야?' 사실 몇 달 전에 폴댄스 클래스를 몇 번 나간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한테 이거 말하면 되게 흥미있어 한다. 그래서 그걸 말했더니, 예상했던 대로 인터뷰어 눈이 다시 반짝거린다. 찬스다 싶어서 나 폴댄스 배웠고 새로운 거 배우는 과정을 통해서 내가 더 성숙해지니까 나 그거 좋아함 ㅇㅇ 라고 말했다.


그리고 승부수를 날렸던 질문과 답변은 이것: '새로 온 사람을 트레이닝해 본 적 있어? 거기서 어려웠던 점이 뭐야? 거기서 뭘 배웠어?' 이 당시에 내가 새로운 서버를 받아서 오프닝 쉬프트를 트레이닝하느라 스트레스 지수가 최고조인 상태였다. 당연히 할 말도 많았다. 나 사실 지금 새로운 사람 받아서 트레이닝하는 중이거든. 솔직히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를 절실히 느끼고 있어. 그런데 책임감도 느끼구. 나도 뉴비였을 때 있었으니까 최대한 그 친구 이해하고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야 블라블라...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인터뷰어, 나에게 엄청 공감하고 끄덕끄덕한다. 순식간에 분위기 급반전. 아 어쩌면...!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너 이제 2차 인터뷰 볼 거야. 밖으로 나가 있으면 곧 다시 부를게.'




어리벙벙한 와중에도 2차 인터뷰를 본다고 하니 가슴이 뛰었다.






4. 2차 인터뷰, 그리고 채용.



2차 인터뷰에서 또 운이 좋았던 게, 트리나를 만났다. 주변 한국 사람 스타벅스 바리스타들이 입을 모아 말하기를, 트리나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또 한국 사람을 좋아해서 많이 도와주고 잘 올라갈 수 있게 해 준다는데. 내 2차 인터뷰어가 바로 트리나. 그리고 2차 인터뷰의 첫 번 째 질문은 '너 헤드셋 사용에 익숙해?' 였다. 아싸... 됐다 싶었다. 나 지금 레스토랑에서 일하는데 거기서 폰 콜 오더도 받고 기타 전화 업무도 하거든. 그래서 헤드셋으로 의사소통하는 거 어렵지 않아^^ 당당하게 말함. 그리고 3개월 후 드라이브 스루 포지션에서 헛소리를 시전하게 됩니다...... 트리나랑은 주로 너 할 수 있어 일하면서 배우면 될 거야 라는 얘기를 주로 했던 것 같다. 그리고 1차 인터뷰에서 했던 질문과 많이 겹침.




여튼.. 이리하여.. 캐나다 스타벅스 바리스타로 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