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생각하는 디자이너 Review/책

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오랜만에 완독.

예전엔 책 정말 많이, 자주 읽었었는데 요즘은 완독 자체가 힘든 느낌이다. 


너무 어려운 책을 읽거나, 분량이 많은 책을 보거나, 아니면 독서 자체를 즐기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엔 얇고 가벼운 소설책으로.


앉은 자리에서 1시간 만에 후딱 읽어 버렸다.

어떻게 보면 약간 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결말이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대화의 진행이 흥미롭다. 제롬 앙귀스트와 텍셀 텍스토르의 무의미해 보이는 설전이 사실은 날카로운 칼날을 품고 있었음을. 


출장 중 예상치 못한 비행기 이륙 연착으로 인해 공항에 발이 묶인 제롬 앙귀스트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텍셀 텍스토르를 만났다. 고양이 죽과 어렸을 때의 악마의 기도를 의미 없이 주절거리는 텍셀. 심지어 그는 강간 가해자로서의 잔인한 면모까지 거리낌없이 말했다. 대화를 벗어나려는 앙귀스트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텍셀은 결국 모순적인 선택 상황을 만들어 앙귀스트를 그 안에 가둔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충격적인 결말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적의 화장법'은 저자의 설명 없이 앙귀스트와 텍셀의 대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서로 펀치를 날리듯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는 매우 치밀하여 결국 앙귀스트가 텍셀의 텍스트text에 말려 들었다. 죽는가, 아니면 죽이는가. 앙귀스트는 고뇌에 빠져 들었고, 결국 선택했다.


마치 영화 하드 캔디를 보는 것 같았던 적의 화장법. 제목의 화장법은 무엇인고 하니, 변장과 가장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 맞겠다. 나의 적의 화장법은 어떠한가. 또한 나의 자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