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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당탕탕 캐나다 살기

캐나다에서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생존기 | 셧다운 적응 | 사회적 거리 두기 | 정신 건강 챙기기

 

2020년 3월 16일 월요일, 아마 이 날을 잊으려면 꽤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다. Covid-19. 우리에겐 '코로나'라는 이름이 더 익숙했던 그 바이러스가 캐나다 사람들을 덮치고 있대. 아마 그 전 주말엔 인터넷에 떠도는 불명확한 뉴스들을 보면서, 이미 나는 마음 저 깊은 곳에서부터 피어오르는 '확실한' 불안감을 모른 척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날 출근하자마자 들었던 소식은 하나같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 뿐들이었다. 캐나다 총리 트뤼도가 캐나다 전역의 모든 바와 레스토랑의 홀을 닫기로 결정했다는 것, 대규모 그룹의 모임이 금지된다는 것. 그 이후부터 매일매일이 핵폭탄 소식의 연속이었다. 캐나다가 국경을 닫았고, 대부분의 사무직이 재택근무로 전환됐고, 많은 수의 사람들이 layoff를 당했고, 대부분의 사업장이 영업을 중지했고,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수직상승했다.

 

내가 한국에 있는 가족들의 마스크 여부를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캐나다 내 감염자 수가 폭증했다. 다들 뭐가 당최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영문을 몰랐을 것 같다. 하루 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는가 하면 마트에 화장지는 동났고(아직도 화장지 구하기 힘듦ㅎ) 마스크를 써라, 아니 건강한 사람은 쓰지 마라, 아니 가만 보니까 쓰는 게 좋겠다는 둥 말은 하루 아침에 자꾸만 바뀌고. 지난 5주 간 참, 다들 고생 많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동안 나는 (아직) 출근 중이다. 소수의 고객들을 위해 문을 열어두고 싶다는 보스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고, 또 그 동안 너무 바빠서 신경쓰지 못했던 일들이 도처에 즐비했다. 나는 갑자기 홈페이지 리뉴얼 업무를 맡게 됐는데 정말 엄청나게 흥분됐다. 원래 내가 하고 싶었던 일과 거의 흡사한 거라 ㅋㅋㅋㅋㅋㅋ 일이 끝나가는 게 아쉬울 지경. 

 

 

 

 

집에서 책 보고 커피 마시는 게 일상이 돼 버렸다. 그림도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하면서 정말 잘했다, 생각한 것이 바로 술 끊기 ㅋㅋㅋㅋ였다. 알콜의존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집에서 혼술하는 횟수가 정말 잦았는데 건강 문제로 인해 금주를 결심하면서 새롭게 시작한 취미가 바로 콤부차. 뭘 항상 마시고 있어야 하는 나에게 정말 건강한 음료가 아닐 수 없다. 사진에 있는 것은 구아바 맛인데 정말 맛있다. 1.4리터를 이틀 만에 다 마셔 버림ㅋㅋㅋㅋㅋㅋㅋ친구한테 부탁해서 1.08리터 5병을 더 주문했다. 포도맛을 마셔 봤는데 이것도 내 입맛에 딱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작되면서 자칫하면 혼술 음주지옥에 빠져 버릴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다. 혼술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기 쉽다.

 

 

 

너무 지루해서 브이로그를 찍어볼까 하던 게 벌써 엄청난 양의 클립이 모였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내 머리 길이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네. 이제는 정말 편집해서 올려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

 

 

 

 

또 요즘 트렌트는 달고나 커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들어 보았다. 그런데 양이 불어나지 않고.. 너무 옹졸한.. 달고나가 돼 버렸다 ㅋㅋㅋㅋㅋ 그런데 카페인은 또 오지게 쎈지 그날 밤 잠이 안 왔다.

 

룸메이트의 달고나 커피 타박. 두 번 째엔 더 잘 만들 수 있겠지

 

 

 

 

 

너무너무 감동이었던 거. 같이 일하는 동료 니콜이 내 홈메이드 마스크도 만들어줬다. ㅠㅠ 이게 손 많이 가고 귀찮은 일인데.. 나를 생각해 줬다는 게 정말 고마웠다. 잘 쓰고 다녀야지.

 

이렇게.. 캐나다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을 잘 버티고 있다. 부활절 주간에 남편의 작은 누님 아드님 (그러니까 시조카)의 돌잔치가 있었는데 참석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그 김에 밴쿠버도 구경갈 수 있어 설렜었는데.. 지금 거리를 두는 만큼 가족들과 다시 함께 할 날이 더욱 빨리 다가오리라 믿는다. 한국도 너무 가고 시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