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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당탕탕 캐나다 살기

캐나다 비씨 주 켈로나 코로나 상황. Covid 19 in Kelowna / 인종차별 / 마스크에 대한 적대감

캐나다 비씨 주는 현재 2021년 1월 8일 자정까지 가정 내 모임을 금지하고 있다. 몇 가지 예외 사항을 빼면, 어떤 크기든 집안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모임이 법적으로 금지되는 중이다. 크리스마스 홈파티가 모임 중에서도 단연 으뜸인데 못하게 되었다니 슬픈 일이지만,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중요한 규칙임엔 틀림없다. 우리집은 나와 남편, 그리고 하우스 메이트 두 명. 서로의 사회적 관계망이 거의 겹치지 않는 성인 네 명이 같이 살고 있어서 특히나 조심해야 하는 터라 암묵적으로 서로의 지인 초대를 금지했다. 

 

 

내가 일하는 곳의 보스도 원래는 여름, 겨울 한 번 씩 스태프 파티를 무조건 하는데 올해 크리스마스는 각자의 집에서 스태프 파티를 즐기는 걸로(하고 보스가 테이크 아웃 푸드를 사 줬다) 마무리 지었다. 하려고 했어도 어차피 안 됐을 게 전 인원이 다 모이면 열 명이 넘어가는데 외식 시 테이블에 6인 이상은 착석이 불가능하다.

 

 

나는 코로나가 갑자기 심해진 이후, 즉 일별 확진자가 1,000명이 넘어갔을 즈음에는 우리 집 식구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집 안에서 만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집이니까, 내 친한 사람들이니까 나도 모르게 풀어질 수 있고 바로 그 때 코로나 확산이 증가하는 시점이다. 친한 인연들과 가족들이 밴쿠버에 많이 있다. 나 또한 밴쿠버로 놀러 가서 여러 사람 만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멀리서 지켜 본다는, 진부하지만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오는 글귀로 마음을 달래 본다.

 

 

인종 차별은.. 사실 잘은 못 느꼈다. 켈로나는 백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도시라 솔직히 좀 두려웠었는데 다행히 극단적인 폭력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어디에서는 길거리를 걷기만 해도 날아 오는 돌멩이, 욕설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지경이라는데 천만다행으로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몰이나 슈퍼마켓에서 딱히 나를 멀찍이 피한다는 느낌도 별로 받지 못했고(물론 가끔 있긴 있었다).

한창 휴지 사재기가 있을 즈음에, 아시안들은 마스크를 쟁여 놓는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곧 아시안들의 집이 좀도둑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지금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그 땐 그랬다) 별 일 없이 팬데믹을 견디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런데 확실히 마스크에 대해서는 적대감이 심하다.

 

 

 

Bright Jenny는 켈로나 로컬 커피샵인데 개인적으로 이 카페의 서비스 디자인이 감탄스러워 갈 때마다 이 곳의 디자인을 유심히 보게 된다. 그런데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마스크를 써달라는 직원에게 친절히 대해 달라는 것. 나도 카페에서 일할 때 어린 아이를 동행한 고객에게 마스크를 써 달라고 요청했다가 그 고객이 엄청난 수동공격적인 태도로 변해서 곤란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는 내가 아시안이라 그렇다고 생각해서 엄청나게 열받았었는데 사실 알고 보니 이 사람들이 마스크에 대한 반발심이 대단했다. 자신의 자유의지가 방해받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가 자신의 의지에 반해 명령을 내렸을 때 그 대상에 대한 공격성이 증대하는데, '착한' 캐내디언의 특성상 그 공격성이 굉장히 수동적인 방향으로 표출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누구나.. 대놓고 욕먹는 것은 싫어하니까 정부가 쓰라는 대로 일단은 마스크를 쓰긴 쓴다. 아니면 25만원 벌금 내기 싫어서일지도.

 

 

비씨 주는 아직까지 전면 락다운에 들어간 적이 없다. 무사히 이대로 별 일 없이 코로나가 잡히고 백신이 원활히 공급되길 바란다. 전 세계적으로 너무나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어디에서는 사람들이 무참히 직장에서 잘려 나가는데, 다른 곳에서는 집값이 연일 상한가를 치고 주택 거래율이 사상 최고다. 주식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한다. 비행기는 다시는 하늘 높은 곳을 영영 볼 수 없을 수도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