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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는 디자이너 Review/책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보는 UX 디자인






이 책에 대해 간단히 말해 보자면,

인간을 생각하는 공간, 제품, 서비스의 5단계 사용자 중심 디자인 프로세스를 알아보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UX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업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 봐야 할 필독서라 하여 조금은 늦지만 꼼꼼하게 공부하는 마음으로 정독했다.



이 책이 정말 좋았던 것은 UI, UX, GUI, HCI 등 관련된 다양한 용어들에 대하여,

아, 뭔가 다른 건 알겠는데 정확히 어떻게 다른 건지는 모르겠다, 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모두 섬세하게 정의내려 준 것이다. 가려운 곳을 정확하게 긁어 주었다. 


또 좋았던 점은 용어와 개념의 창시자를 언급해 준 점. 이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짚어 준 것이 정말정말 좋았다. 


「디자인과 인간심리」, 「심플은 정답이 아니다」를 저술한 도널드 노먼은 알고 보니 '사용자 경험' 용어를 창시한 사람이었다. GUI는 제프 라스킨, UX에 빠질 수 없는 페르소나 기법은 앨런 쿠퍼가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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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UX 디자이너가 사용자의 '잠재적인' 니즈를 끌어낼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용자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발견해 내야 하며, 발견된 요구를 어떻게 서비스에 담아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UX 디자이너의 몫인 것이다.




사용자가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바람을 끄집어 내야 한다.




이건 정말 좋은 말이다.

그런데 나는 또 여기에 대해서 정말 잘못 생각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티브 잡스의 명언이 있다.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른다." 나는 이 말을 듣고 뒤에 몇 마디를 제멋대로 덧붙였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 조사는 필요없다. 멋진 것을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의 속뜻은 사실 사람들의 평소 생활습관을 관찰하라는 것과 좀 더 가깝다.



여튼, 비용이 많이 드는 HCI 방법론을 적용하지 못하더라도 UX디자이너가 필요로 하는 '사용자의 경험'을 어떻게 붙잡아야 할 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본 책에서는 그에 대한 일반적인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있다. 



이해-관찰-분석-발상-제작



의 순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책은 사용자 조사 프로세스를 너무 절대적인 것이라 믿지 말라고 조언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세스 자체를 목적이 아닌 하나의 도구로서 유연하고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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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론을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전에,

만족스러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사례들을 짚고 넘어간다. 그 중 하나가 프라다의 매직 미러다.

탈의실 안에서 새 옷으로 갈아입은 후 자신의 뒷모습이 궁금한 고객을 위해 4초 전 영상을 녹화해 보여주는 거울인 것이다. 고객이 거울 앞에서 한 바퀴 빙 돌기만 하면 매직 미러가 그 모습을 녹화해 고객에게 보여 준다. 이 작은 아이디어만으로도 고객은 만족스러운 쇼핑 경험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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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을 둘러싼 모든 것은 사용자 경험입니다"


내가 참 잘 쓰는 말이다. UX라는 바다에 거침없이 다이빙하는 스쿠버가 되기 위해 나는 참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하루 종일 UX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결국 다다른 것이, "우리의 삶을 둘러싼 모든 것이 곧 사용자 경험이다.' 라는 생각이었다. 일상의 모든 단면에서 UX를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그러나 본 책에서는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광의의 개념에서 보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사용자에게 실제적인 만족을 제공할 수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사용자 경험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실제적인 만족은 무엇인가.

쇼핑을 예로 들어 본다면, 만족스러운 쇼핑 경험에는 쇼핑을 하는 물리적 환경과 기술을 통한 편의의 증진도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다양한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다. 기업의 도덕적 가치와 나의 이상적 가치가 상충하지 않는다면 구매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공정무역으로 제공되는 커피를 마시거나 남양유업의 제품을 불매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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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경험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은 통찰력 뿐만 아니라 상대방과의 교감을 위한 표현능력도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디자이너라 한다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떠올리겠지만 사용자 경험 프로젝트를 주로 수행하는 디자이너는 인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충분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표현 능력과 설득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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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I = UX ?


UX를 공부하고 그 분야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말하는 나조차도 가끔은 용어들의 구분과 쓰임이 여전히 생소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급기야는 'UX가 원래 비슷비슷한 거지 뭐'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혼용해 쓰기 일쑤다. 이런 내 맘을 우찌 일았는지 책이 친절히 잘 알려 주었다.


Human Computer Interaction은 사용자가 제품을 조작할 때의 편리함, 직관성을 연구하는 학문이고,

User eXperience는 그보다 조금 더 넓은 범위를 포함하여 사용자가 무엇인가를 이용할 때의 편리함, 직관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보면 된다.



HCI는 전자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좋아할 학문이겠다.



또 자주 혼용해 쓰는 용어 중 하나가 UI와 UX다. 사실 이 용어는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나도 구분해 쓸 줄은 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자면,



User Interface는 시스템과 사용자 사이의 접점 그 자체이고

User eXperience는 이러한 환경에서 사용자와 인터페이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기는 경혐을 뜻한다.



아, 그리고 인사이트insight는 내가 개인적으로 어려워하는 개념이었는데 친절하게 예시까지 들어가면서 책에서 또 설명해 주었다. :


사용자와 상호관계를 가지면서 느끼게 되는 크고 작은 발견점. (ex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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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사용자 경험에 대한 정의와 예시를 살펴 보았고,

이제부터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일반적인 단계별 프로세스를 세세히 살펴 볼 차례이다.


순서는 아까 언급했던 대로 이해-관찰-분석-발상-제작 의 순이다.

이를 좀 더 자세히 풀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주변 상황과 문제를 이해한다. 기존 시스템의 문제를 파악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 제공할 제품이나 서비스의 잠재적인 사용자 조사 등 관찰 단계를 실시한다.

세 번째, 이전 조사 단계에서 발견된 데이터들을 분류·종합·정리하여 중요한 패턴과 인사이트를 발견한다.

네 번째, 도출된 인사이트와 디자인 원칙·영역에 기반하여 실제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평가하여 선택한다.

다섯 번째, 가치있는 아이디어를 선별한 후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받는 절차를 반복한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 보자.




첫 번째, 이해. 

트렌드를 인지하여 사람들의 잠재적 니즈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주로 트렌드 진술문,

기회맵을 사용한다. 기회맵의 좋은 예로 허브 캘러허의 냅킨 스케치가 있다.





트렌드 뿐만 아니라 맥락의 이해도 중요하다.




두 번째, 관찰. 이 과정을 통해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알아낸다. 주로 에스노그래피Ethnography가 쓰인다. 이는 네 가지 방법으로 세분화된다.:

에스노그래피 인터뷰(대화형 인터뷰), 비디오 에스노그래피, 다이어리 스터디, 익스트림 사용자 조사가 있다.



리서치는 정량적 조사, 정성적 조사로 나뉘어지는데 에스노그래피가 정성적 조사에 해당된다.




세 번째, 분석. contextual inquiry를 통해 사용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환경 안에서 특정 업무를 수행해 본다. 



네 번째, 발상. 이 과정에서 브레인스토밍이 필요하다. 브레인스토밍의 대표적인 예로는 마인드맵이 있다.


어피니티 다이어그램도 주로 쓰인다. 먼저 참여자에게 문제 영역을 설명하고 공감을 얻는다.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은 후 그것을 그룹화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경 교류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며 아이디어를 특정 그룹에 지나치게 몰리게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룹화가 완료된 아이디어들에게 각각 테마를 붙인다.



마지막 다섯 번째, 제작. 프로토타이밍이 이 과정의 주된 요소이다. 여기서 상기해야 할 것은 로우 피델리티 프로토 타입이 효과가 높다는 것이다. 완성도가 지나치게 높은 프로토타입은 사용자에게 컨셉이 이미 정해져서 바꿀 수 없다는 인상을 준다. 로우 피델리티 프로토 타입의 적절한 예로 페이퍼 프로토 타이핑이 있다.







본 책은 가장 중요한 것으로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문제 영역을 정확히 이해하고 공통된 주체 의식을 가지고 있느냐를 꼽는다. 사용자를 편하게 만드려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모인 팀만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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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not the user.

나는 유저가 아니다.


어느 대학교에서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처음 시작하는 순간부터 주문처럼 외우는 말이라 한다. 디자이너가 자신을 최종 소비자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사용자 경험 디자인 프로세스의 모든 과정이 주관적인 해석으로 가득차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자, 라는 주제로 본 책이 끝을





맺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이 책이 좀 요상했던 것은 사용자 경험 디자인에 대한 이론을 조곤조곤 잘 말해주다가 끝에 가서는 갑자기 흐지부지 이것도 아니지만 저것도 아님 여튼 디자이너의 손에 달림! 이렇게 끝을 맺어 버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계속 그랬던 것처럼 단언해 주면 될 것 같은데 왜 갑자기 끝마무리가..........








<일반적인 디자인 프로세스>








<피터 모빌의 사용자 경험 허니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