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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는 디자이너 Review/책

나도 좀 재미있게 살자 : 본격적인 여행지름신의 강림





그래, 이젠 좀 재미있게 살아 보자.


삶이 너-무 팍팍하던 찰나,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만난 책이다. 제목부터 재기발랄한 어투로 툭, 던지듯 반말을 하길래 뭐지 이 책은? 싶어 읽었던 것이 30분 만에 후루룩 완독해 버렸다. 



무슨 내용인고 했더니, 한 카피라이터가 독자들에게 본격 여행지름신을 내려 주는 책이었다. 자그마치 30개국을 여행했다는데 설마 여자겠나? 싶었는데 맞았다. 여자의 몸으로 훌쩍 홀로 여행을 떠나기가 참 쉽지 않을 터인데 굉장히 용기 있는 여성이었다. 책을 다 읽은 후 저자가 살짝 궁금해져 찾아본 결과, 아니나 다를까 내가 나온 학교의 선배였다. 자립심이 강하다는 평을 듣는 모교생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는 책인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았다.



나 또한 첫 해외여행을 다녀온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때에 이 책을 읽으니 맘이 두근두근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 듯 싶었다. 저자 송세진님 또한 첫 여행을 홍콩으로 다녀왔다 한다. 첫 여행 때 입국신고서를 쓰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는 대목에서 허벅지를 탁 쳤다. 마치 내가 겪은 일을 생생하게 대신 써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아무리 단단히 준비를 하고 출발했을지라도 '처음'이기 때문에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난감한 일들에 대하여 저자는 마치 친언니인 마냥 옆에서 열심히 거들어 주고 있다. 영어를 잘 못 해도 괜찮다며 도닥여 주는 글귀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용기가 생겼다. 해외 여행을 떠날 때의 주의사항, 꼭 챙겨야 할 물건 같은 것들을 조곤조곤 설명해 주는 페이지를 넘기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두 번째 여행을 위한 캐리어를 준비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




책을 읽으며 하나 배웠던 것은, 패키지 여행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그 동안 주변에서 익히 들어왔던 말들 중 하나가 무엇이었는가 하면, 패키지 여행은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정해진 코스를 다녀야 하기 때문에 자유도가 낮고 불필요한 쇼핑을 하게 되므로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패키지 여행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열어 준다. 본인이 여행에 익숙하지 않다면 우선 패키지 상품을 통해 여행에 대한 경험을 점진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좋고, 패키지 여행의 코스를 반드시 참여할 필요 없이 때로는 혼자서 자유 시간을 만끽하는 것도 괜찮다는 것이다. 현지 패키지 상품을 통해 현지인들과 보다 가까이에서 교류를 하는 것 또한 추천한다고 했다. 흠. 그렇다면 다음 여행은 패키지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여행기가 다소 낯선 곳을 중심으로 서술되었다는 점이다. 책의 뒷 부분에 여행 초심자를 위한 글이 매우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이 책의 주요 독자층은 초보 여행자라고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저자의 여행 경험이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나열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여행에 대해 두렵고 낯선 감정이 먼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부터가 그랬다. 태국이나, 대만 같은 익숙한 나라부터 점차적으로 나라를 소개했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여튼, 내가 아무리 이러쿵 저러쿵 할 지라도 저자는 참 멋진 분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여자니까 위험해서 여행은 함부로 못 가. 이제 이런 생각은 잠시 접어 두고 가볍게 이 책을 읽어 보자. 물론 안전은 최우선 고려 요소가 되어야 하겠지만 막연한 두려움은 분명 밀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